조선공학 분야 세계 1위 연구자인 백점기 교수가 제시하는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와 탈탄소 미래를 위한 국가 전략.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세요.
AI·기후변화 시대,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의 미래와 국가 전략
Interviewee
영국 University College London(UCL) 기계공학과 종신 정교수이자, UCL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GITCC) 소장으로, SMR 추진 선박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립선박(Energy-Sovereign Ship), 선박의 살아있는 사이버-물리 시스템 구축, 그리고 M.AX 개념 기반 전 생애주기 실시간 지능형 통합관리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국제학술지 Ships and Offshore Structures를 창간해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ScholarGPS 기준 조선공학 분야 세계 연구자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미국조선해양공학회 최고상인 David W. Taylor Medal과 영국왕립조선공학회 최고상인 William Froude Medal을 비롯해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경암상 공학상을 수상했으며, 벨기에 University of Liège 명예박사이기도 하다. 현재 영국 왕립공학한림원 국제원사이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그의 학문적 공헌을 기려 영국 왕립조선공학회는 Jeom-Kee Paik Prize를 제정하였다.
Q. 교수님에 대해 간략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M.AX(Mobility AI eXperience) 개념을 해양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극한 조건에서의 선박·해양구조물 안전, 사고 메커니즘 해석, 그리고 에너지 자립선박(Energy-Sovereign Ship)과 AI 기반 전 생애주기 실시간 지능형 선박 통합관리(MRO) 기술입니다. 학문적으로는 선박 충돌·좌초·화재·폭발·선체 붕괴·침몰 등 복합물리현상(multiphysics phenomena)이 작용하는 해난사고를 비선형 수치해석과 실험을 통합한 시스템 공학적 관점에서 연구해 왔습니다. 단일 손상이나 국부 거동을 넘어, 전 선체 및 시스템 수준에서의 상호작용과 파괴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산업적으로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주요 선급, 글로벌 조선·해양 기업과 협력하여 첨단 기술 개발과 안전 규칙·설계 기준 수립에 참여해 왔으며, 연구 성과가 실제 규제와 산업 표준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축적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창안한 Digital Healthcare Engineering(DHE) 개념을 중심으로, 선박을 단순 기계가 아닌 수십 년간 운항·노후·환경 변화 속에서 지속적 관리와 ‘돌봄(care)’이 필요한 장수명 시스템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DHE는 자동차 중심의 M.AX개념을 해양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구현한 것으로, AI, 디지털 트윈, 실시간 모니터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합한 전 생애주기 공학 체계를 지향합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화를 위해 에너지-주권 선박, SMR 추진 선박, 자율운항 선박과 같은 고위험·고가치·장수명 해양 플랫폼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에 이 개념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AI와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인간 중심·시스템 기반 공학 철학을 정립하고,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안전·책임·지속가능성을 포함한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산업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Q. 현재 재직 중이신 UCL 기계공학과는 어떤 곳인가요?
UCL은 QS 세계대학 랭킹에서 상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중심 대학이며, 2026년은 설립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계공학과에서는 전통적인 범위를 넘어 에너지, 모빌리티, AI, 로보틱스, 바이오공학 등 복합적 사회 난제 해결을 목표로 한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 성능의 향상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transformative, world-changing) 기술이 사회·산업·정책 환경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작동하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점이 기계공학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해양 및 구조공학 분야에서도 단일 해석 기법이나 계산 기술의 고도화에 머무르지 않고, 설계 철학과 안전 개념을 국제 규칙과 표준으로 연결하는 것을 주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혁신적인 공학기술 개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과 규제 체계 속에서 안전하고 책임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 범위를 확장한다는 의미입니다. 공학, 정책, 산업, 사회적 영향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연구 문화야말로 UCL 기계공학과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과 규제가 긴밀히 얽혀 있는 조선·해양 산업뿐 아니라, 탈탄소화·자율화·M.AX 도입과 같은 구조적 전환기에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UCL 기계공학과는 공학기술을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수용성과 통합하는 연구를 통해 미래 산업을 지탱할 공학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제 연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M.AX의 해양 모빌리티 확장, 탈탄소화, 그리고 에너지 자립선박(Energy-Sovereign Ship)의 실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최근 강연, 「Transformative Technologies Shaping the Next Century of the Maritime Sector」에서도 강조했듯이, 미래 해양 산업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산업의 존재 방식 자체가 바뀌는 전환(transformative change) 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된 M.AX(Mobility AI eXperience)가 이동수단을 ‘지능형 생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면, 해양에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선박은 원래 장기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운송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며 생존하는 Living Cyber-Physical System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안전공학의 질문 자체도 바꾸었습니다. 과거 조선공학이 ‘얼마나 강하게 만들 것인가’를 다뤘다면, 이제는 “언제·어디서·어떤 메커니즘으로 시스템 붕괴가 시작되는가를 사전에 이해하고 예측하는가”가 핵심 기준이 됩니다. 저는 선박 충돌·좌초·화재·폭발·선체붕괴·침몰과 같은 사고를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상호작용하며 전개되는 시스템 현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비선형 수치해석과 실험을 결합하여 선체와 시스템 수준의 파괴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설계 기준과 규칙으로 환원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Digital Healthcare Engineering(DHE)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DHE에서는 선박을 단순 기계가 아니라 구조·기관·환경·인간이 결합된 ‘돌봄(care)이 필요한 존재’로 봅니다. 즉 선박은 건조 후 운항하다 폐기되는 대상이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링과 예측,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전 생애주기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대상이 됩니다. 특히 SMR 기반 에너지-주권 선박에서는 사고 허용이 불가능하고 50년 이상 운용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접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됩니다. 결국 제 연구의 목표는 구조 안전 해석을 넘어, 자율화·탈탄소화 시대에 해양 모빌리티를 ‘지능형 인프라’로 전환하는 새로운 공학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한국 정부나 기업과 협력하고 계시는 분야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MOTIR)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지원하는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GITCC) 소장으로서, UCL을 비롯한 영국·유럽 연구기관들이 보유한 TRL 4–6 수준의 유망 기술과 연구그룹을 발굴하고 이를 한국의 12대 국가전략산업과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UCL GITCC의 핵심 협력 분야는 차세대 자동차, 해양, 우주·항공을 포함하는 미래 모빌리티 영역입니다.
개인 연구 차원에서는 한국 정부 및 주요 기업들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 선박, 자율운항선박(MASS), 디지털 트윈, AI 기반 통합 관리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유지·보수·운영) 체계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공통 목표는 고위험·고가치·장수명 시스템에서 안전성·신뢰성·규제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협력의 궁극적 지향점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조선산업의 경쟁 구조 자체를 전환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건조 능력과 생산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앞으로의 과제는 AI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변혁적 기술(Transformative Technologies)을 선점하는 데 있습니다. 저는 한·영 협력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미래 해양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Q. 유럽에서 바라보는 글로벌 조선해운 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조선해운 산업은 인류 문명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현재도 전 세계 무역 물동량의 90% 이상이 선박을 통해 운송되며, 이는 이 산업이 경제뿐 아니라 에너지·안보·일상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와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며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공유되는 인식은 분명합니다. 조선해운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건조·운송 산업’이 아닙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 대체연료 도입, 그리고 AI·디지털 기술 확산으로 인해 선박은 단순한 운송수단에서 에너지·정보·안전을 통합한 복합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건조 속도와 가격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설계 철학, 안전 규칙, 그리고 전 생애주기 관리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이는 특정 기술 하나의 발전이 아니라 공학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선박은 점차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상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Living Cyber-Physical System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조선해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Q. 교수님은 해운 탈탄소 논의를 ‘시스템 공학 문제’라고 강조하시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의무적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목표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려면, 선박이 요구하는 추진 출력 수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보면,
- 20MW 내외의 출력을 요구하는 연안 소·중형 선박은 전기추진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약 50MW 수준의 중형 원양선박은 암모니아·수소·메탄올과 같은 대체연료가 유력한 선택지입니다.
- 반면 80MW 이상의 고출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대형·초대형 원양선박의 경우,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해운 탈탄소 논의가 종종 “어떤 연료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축소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연료 전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탈탄소화는 안전성, 지속가능성, 경제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설계 철학과 운용 개념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 투자비가 높은 저탄소 연료나 원자력 기술의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선박의 설계 수명을 기존 20~25년에서 50년 이상으로 연장하여 CAPEX를 장기 상각해야 합니다. 동시에 유지·보수 전략과 운항 최적화를 통해 OPEX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대체연료는 새로운 안전 위험과 운용 복잡성, 공급망 의존성이라는 시스템 차원의 상충관계를 동반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탄소 배출이나 위험을 다른 단계나 영역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SMR 추진 선박이나 완전 자율운항 선박과 같은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전 생애주기 관점의 실시간·지능형 통합 관리 체계가 없다면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해운 탈탄소화의 본질은 연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공학과 통합 설계, 그리고 살아있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으로서 전 생애주기에 걸친 실시간 지능형 통합관리의 문제입니다. 기술·경제·안전·규제·운영이 얽혀 있는 복합 시스템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가 핵심이며, 저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해법을 찾고자 합니다.
Q. 최근 선박 수명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노후선(Aging Ships)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운항 중인 상당수 선박이 설계수명인 25년을 넘어 30년 이상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선박보다 건조비가 두 배 이상 높은 SMR 추진 선박의 경우, 투자 회수와 CAPEX 최적화를 위해 설계수명을 50년 이상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 문제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지금 이 선박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가를 알고 있는가”가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SMR 추진 선박은 방사능 안전 요구가 매우 엄격하고, Level 4 자율운항 선박은 승선 인력이 없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육상 기반의 실시간 관리, 즉 ‘돌봄(care)’ 체계 없이는 안전 운항이 어렵습니다. 이는 유지·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위험 관리의 문제입니다. 부식, 피로균열, 기계 열화는 정기 검사 주기를 기다려 발생하지 않습니다. 실제 많은 중대 사고는 검사와 검사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시간’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검사 중심 관리로는 장수명 선박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결국 노후선 문제의 핵심은 수명 연장이 아니라 상태 인지(state awareness)입니다. 선박의 현재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수명 연장은 공학적 판단이 아니라 단순한 가정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지속적인 상태 진단과 예측 관리 없이 이루어지는 장수명 운용은 공학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습니다.
Q. SMR 추진선박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기존 선박과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SMR 추진선박은 수십 년 동안 외부 보급 없이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관리·통제해야 하는 에너지 자립선박(Energy-Sovereign Ship)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연료 기반 선박과는 설계 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첫째, 50년 이상을 전제로 한 장수명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연료 보급 주기가 아니라 설계수명 자체가 경제성과 안전성의 핵심 조건이 됩니다. 둘째, 충돌·좌초·화재·폭발·선체 붕괴·침몰과 같은 극한 사고 상황에서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회복성(resilience)이 요구됩니다. 셋째, 운항 전 기간 동안 선박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실시간 상태 인지(state awareness) 체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SMR 추진선박에서는 단순히 사고를 예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을 유지하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핵심 설계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접근이 바로 Digital Healthcare Engineering(DHE) 기반의 실시간·지능형 전 생애주기 통합 관리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체계입니다. 결국 SMR 추진선박은 기존 선박의 단순한 진화형이 아니라, 새로운 공학 패러다임을 가장 분명하게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교수님이 총괄하신 ‘타이타닉: 디지털 부활’ 프로젝트의 시사점은 무엇인가요?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선박 시각) 북대서양에서 우현으로 빙산과 충돌한 뒤 약 2시간 40분 후인 4월 15일 오전 2시 20분경 침몰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2,224명 가운데 1,500명 이상이 사망한 이 참사는 선박 설계·안전성·비상 대응 체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남겼습니다. 1985년 캐나다 뉴펀들랜드 남남동쪽 약 370해리, 수심 약 3,800m 지점에서 난파선이 발견된 이후, 원격조종잠수정(ROV), 유인 잠수정, 3D 포토그래메트리 등 첨단 심해 탐사 기술을 통해 정밀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핵심 공학적 질문들은 여전히 명확히 설명되지 못했습니다: 빙산이 선체에 실제로 어떤 손상을 남겼는가, 침수는 시간에 따라 어떻게 확산되었는가, 어떤 구조 파괴 메커니즘이 선체 절단을 초래했는가, 그리고 정면 충돌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하는 문제들입니다.
「Titanic: The Digital Resurrection」 프로젝트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디지털 재구성을 통해 과학적 해답을 도출하기 위해 수행되었습니다. 타이타닉 참사 113주년에 맞춰 Atlantic Productions의 의뢰로 진행되었으며, 제가 총괄 책임을 맡고 UCL 기계공학과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UCL의 고성능 슈퍼컴퓨팅을 활용해 충돌부터 침몰까지 마지막 몇 시간을 물리 검증 기반으로 디지털 재현했으며, 결과는 BBC와 National Geographic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hips and Offshore Structures에 오픈 액세스 논문으로 게재되었습니다. 주요 시뮬레이션 영상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비선형 유한요소해석(NLFEA)과 전산유체역학(CFD)을 결합하여 빙산 충돌, 점진적 침수, 부력 상실, 선체 구조 응답, 최종 파단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연속적인 물리 시스템으로 통합 모델링했습니다. 또한 ‘정면 충돌’이라는 반사실적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정량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타이타닉 침몰이 단일 원인이 아닌 물리 법칙과 시스템 상호작용이 누적된 필연적 과정이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핵심 교훈은 대형 해양 사고 역시 사후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 물리 기반 공학 모델링을 통해 예측 가능한 문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통찰은 노후 선박 안전성 평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 선박, 미래 자율운항 선박의 안전 설계와 운용 개념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가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해양 모빌리티 안전 철학을 재정의하는 공학적 전환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합니다.
Q. DHE는 SMR 추진선박, 자율운항선박(MASS), Human-Centered Engineering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Digital Healthcare Engineering(DHE)은 단순한 유지·보수 기술이 아니라, 승무원이 점차 줄어들거나 아예 탑승하지 않는 미래 운항 환경에서 선박의 안전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특히 SMR 추진선박에서는 방사능 누출과 같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단발성 점검이나 주기적 검사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 생애주기에 걸친 실시간·통합 관리가 필수적이며, DHE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체계가 됩니다. 또한 Level 4 수준의 자율운항선박(MASS)은 선내에서 즉각 대응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실시간 상태 인지, 예측 기반 위험 판단, 그리고 육상 기지국과의 신뢰성 높은 의사결정 연계가 안전 운항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DHE는 선박의 ‘눈이자 신경계, 그리고 기억’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선체 구조, 기계 및 에너지 시스템, 환경 조건뿐 아니라 인간의 인지 상태와 피로 요소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여 선박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게 합니다. 중요한 점은 DHE가 Human-Centered Engineering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를 확장하는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전제로 설계된 안전 체계이며, 시스템의 복잡성과 자율성이 증가할수록 그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Q. 마지막으로 M.AX로 대표되는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해, 한국 산업기술 정책 결정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한국의 조선해양산업은 오랜 기간 국가 전략 기간산업으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지금도 그 중요성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선박 공급 없이는 세계 무역 물동량의 안정적 운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선해양산업은 단순한 여러 산업 중 하나가 아니라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기반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속에서도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경쟁력이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AI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이 산업 역시 M.AX 개념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영역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제 산업 경쟁력은 기술 개발 속도나 개별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AI와 디지털 기술이 어떤 공학적 철학과 시스템 규칙, 그리고 장기적 비전 아래 설계·운영되는가 — 즉 전 생애주기에서 신뢰 가능한 시스템을 누가 정의하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문제의식이 제가 제시해 온 「1등급 산업·국가를 위한 4요소 이론」의 출발점입니다. 지속 가능한 최고 수준의 성과는 최고의 인프라, 최고의 인재, 최고의 기술, 최고의 비전과 전략이 균형 있게 통합될 때만 가능하며, 하나라도 결여되면 성립할 수 없는 상호의존적 조건입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실행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 중심 공학에서 인간 중심·시스템 기반 공학으로의 전략적 전환입니다.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안전·윤리·책임의 최종 판단자로 남도록 설계된 공학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M.AX 기반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에서는 선박이 단순 운송수단을 넘어 에너지·정보·안전을 통합한 장수명 지능 인프라로 변화합니다. 노후 인프라 관리, 자율운항, AI 기반 의사결정, SMR 추진 에너지 자립선박, 에너지 자립형 해양 플랫폼은 모두 실시간·지능형 전 생애주기 시스템 문제이며, 이를 위해 AI·디지털 트윈·실시간 데이터·인간–시스템 상호작용과 새로운 안전·규제 패러다임을 통합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이 다른 국가가 만든 규칙 안에서만 AI를 활용한다면 구조적 제약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AI 시대의 산업 주권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작동하는 규칙과 공학적 맥락을 누가 정의하느냐에서 시작됩니다. 안전·책임·전 생애주기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인간 중심 공학 철학을 선제적으로 확립할 때, 한국은 단순한 기술 강국을 넘어 글로벌 기준을 설계하는 국가, 즉 Rule-setter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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